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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백과사전

제목
만성부비동염 이야기
날짜 :
2003-09-12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내용

  • 요즈음 한창 전쟁 중인 지역이나 아주 가난한 국가에 관한 사진 자료를 보면 많은 어린이들의 콧구멍 밑에 콧물이 흘러나와 있음을 보게된다. 이런 광경이 그렇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도 참혹한 전쟁과 신물나는 가난함이 과거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에는 콧물 흐르는 것이 정상적 성장과정으로 오해될 정도로 아주 흔한 일이었는데다가 전쟁과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야 콧물 흐르는 것이 얼마나 대수롭다고 관심을 가졌겠는가? 그러나 지금과 같이 생활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시절에 콧물을 흘리고 생활한다면 그 부모나 아이가 다소 게으르거나 무엇인가 뒤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의심받기에 딱 알맞다.

    음식에 끼어서 체내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해악성 침입물들, 예를 들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나 기생충의 알 등은 위장에 도착하는 순간 위장 분비물에 섞여있는 강력한 위산에 의하여 녹아버리게 되어 체내로의 본격적인 침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호흡할 때 들어오는 공기 중에 섞여있는 해악성 침입물들은 어떻게 제거될 것인가? 가장 큰 역할을 코가 수행하며, 그 중에도 콧속의 분비물은 이런 역할 수행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인 경우 흡입되는 공기 속의 먼지 등의 불순물들은 콧털로 먼저 걸러지나, 더 작은 것은 콧털을 지나 콧속에 들어가서 콧물에 흡착되며 이렇게 흡착된 불순물들은 목구멍을 통하여 위장으로 넘어가게 되어 결국 체외로 배출된다. 따라서 코 속은 언제나 젖어있는 상태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콧속을 덮고 있는 점막에서는 분비물의 생산, 분비와 목구멍 쪽으로의 배출이 진행되고 있다. 만일 이 과정이 중지된다면 당장 코를 통하여 기관, 폐로 이어지는 호흡기계에 심각한 질병이 발생되어 이내 생명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생체방어적 의미에서 코 분비물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우리가 흔히 콧물이라고 부르는 액체는 콧속 분비물의 양이 증가하여 코 밖으로 나오는 경우에 관찰할 수 있다. 콧속 분비물의 양이 증가하면 콧물로 배출되는데 이는 코가 자신의 고유 역할인 방어작용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함이다. 즉 코는 흡입되는 침입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하여 분비물의 양을 증가시키는데 그 예로 가장 쉽게 지목할 수 있는 경우가 감기일테지만 콧물나는 것이 어디 감기뿐인가. 추운 날 남산공원이라도 한바퀴 돌고오거나 데모하는 곳을 무심코 지나가다가 최루가스라도 맡으면 영락없이 콧물이 주루룩 흐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일시적이므로 잊어버릴 수 있으나 하루종일 일년내내 콧물이 흐른다면 얘기는 자못 심각해질 것인데 가장 많은 원인은 만성비염과 만성부비동염일 것이다. 이 중 축농증이라고 불리우는 만성부비동염은 어린이나 어른 심지어 노인에게도 다발하는 질병으로 이 때문에 사망하는 일은 절대 없지만 삶의 질을 끌어내리는 매우 귀찮은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부비동이란 얼굴뼈 속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약 20개 정도의 공기방을 말하는데 이곳의 공기는 부비동을 콧속과 연결하는 자연공에 의하여 공급된다. 이 부비동에 공기 대신 고름이 차 있는 상태가 부비동염이며 물론 고름은 만성적 염증 때문에 주사기 등으로 제거하여도 자꾸 생겨난다. 부비동 내에서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되는 부위는 부비동의 내부를 덮고있는 점막인데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그 두께가 1mm도 되지 않는 극히 얇은 상태이나 염증이 발생되면 정상 두께의 십수배까지도 될 수 있다. 이렇게 두꺼워진 점막은 많은 분비물을 지속적으로 분비하며 여기에 세균에 의한 염증 작용으로 인하여 누런 고름으로 변하는데 이 고름은 부비동 내에 차 있거나 코를 통하여 누런 콧물로 나오기도 한다.

    현재 알려져 있는 치료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부비동내시경수술이다. 과거의 수술이 염증으로 두꺼워진 점막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국내외에서 연구해 본 바에 의하면 점막이 제거된 후 다시 재생되어 수술후의 부비동을 덮는 재생점막은 염증성 변화를 갖고 있는 다소 비정상적 성격의 점막이다. 따라서 제거가 목표였던 시절을 지나 새로이 개발된 수술법이 부비동내시경수술법이다. 이는 고름이 잘 제거되도록 콧속의 자연공을 넓혀주는 수술법으로 콧속의 정상적 구조물을 되도록 보존하므로 수술후에도 코의 정상적 기능이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물론 수술 자체만으로 따져보아도 내시경을 이용하므로 세밀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고, 그만큼 출혈이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부비동내시경수술이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에 미세흡입기를 이용하여 부비동내시경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 세밀성과 정확성이 증가하게 되어 더욱 편안한 수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편하다고 하여도 수술은 수술이므로 우선적으로 선택되어야 하는 치료법은 약물치료일 것이다. 어른에서 이미 만성화한 부비동염은 약물치료로 완전 치료되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나 어린이들은 의외로 잘 치료될 수 있으므로 수술을 받을 때에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여야한다. 물론 한사람의 믿을만한 전문의에게 여러 가지의 약물 중에 알맞는 것을 처방받아서 지속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재발이 잘하고 치료가 어렵다고 소문이 날대로 났다는 축농증도 이제는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누런 콧물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어리석은 믿음을 버릴 때가 이미 다가왔음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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