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파 응급실을 찾으면 의사는 가장 먼저 흔히 맹장염으로 부르는 충수돌기염을 의심한다. 가장 흔하기도 하고 내버려 두면 복막염으로 진행돼 생명에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충수돌기염의 주된 증상은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심하고 진찰하는 의사가 오른쪽 배를 눌렀다 떼면 펄쩍 뛸 정도로 아파하는 것이다. 충수돌기염은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지만 이와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병도 많아 충수돌기염으로 오인하는 경우 불필요한 수술을 할 위험이 있어 의사들은 늘 조심스러워한다.
이때 의사들을 골탕 먹이는 병 가운데 하나가 대장 게실염이다. 증상도 비슷하고, 진찰 소견도 매우 비슷한데 실제 충수돌기염으로 진단돼 수술한 경우의 10% 정도는 게실염이었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다. 문제는 게실염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질병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실은 바륨을 넣고 대장을 촬영한 왼쪽 사진의 화살표처럼 장의 바깥으로 튀어나간 조그마한 꽈리 같은 것이다. 충수돌기는 왼쪽 사진의 둥근 원 안처럼 배의 오른쪽 아래에 있지만 게실은 대장 어디에나 생길 수 있으며 약 10%가 충수돌기와 비슷한 위치에 생긴다.
게실에는 대변이나 다른 이물질이 고여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장과 장 주위 조직으로도 염증이 번져 충수돌기염과 비슷한 통증과 진찰소견을 보일 수 있다. 이를 내버려둬 병이 악화되면 터져 복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게실 입구가 충수돌기염처럼 막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대부분은 항생제 등 약물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게실염의 가능성을 미리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충수돌기염으로 오인하고 수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질환의 올바른 진단을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초음파 검사를 해 보면 오른쪽 사진처럼 나타나는데 AC가 부어 있는 대장의 단면이고 D가 대장에서 나온 게실이며, 화살표는 게실 주위의 지방조직이 염증에 의해 부어 있는 소견이다.
초음파 검사는 대장조영술처럼 약물이나 공기를 주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통증도 없고 간편하지만, 게실염과 충수돌기염을 감별하는 초음파 검사는 기술적으로도 어려워 숙련된 방사선과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재현 대한방사선의학회 간사·아주대의료원 방사선과 교수 사진 이관섭 한림의대 평촌성심병원 방사선과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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