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건강하십니까'. 한국형 건강위험평가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위험 요소들을 파악해 사망할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위험요소에는 개인의 질병 경력.유전적 요인.건강습관.환경적 요인이 포함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결과에 대한 수치가 나이로 평가된다는 것. 같은 45세라도 건강위험 요소의 많고 적음에 따라 나이가 다르게 나타난다. 예컨대 45세 중년 남성이 55세로 계산됐다면 그는 우리나라 55세 남성이 사망할 확률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이 프로그램 개발에는 성균관대 의대 신호철 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이재호(가톨릭의대).최윤선(고려대 의대).김성원(인제대 의대).백유진(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2년여에 걸쳐 우리나라 인구의 세대별.성별 10대 사망원인 질환을 선정한 뒤 고위험요인 자료를 모아 사망확률을 계산했다.
방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만든 건강위험평가 도구로는 국내 처음. 신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환자 상담시 효과적으로 행동수정을 유도해 사망 위험률을 줄여 준다"며 "가정의학회 회원들에게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중년 남녀 한 명씩을 선정, 건강 평가를 받게 한 뒤 전문의의 의견을 곁들여 2회에 걸쳐 싣는다. 상담은 신호철 교수가 맡았다.
◇박노빈(46)씨=스트레스와 과로에 찌든 전형적인 40대 중반의 남성. 오전 6시면 집에서 나와 저녁 6시에야 업무에서 해방된다. 문제는 대부분 귀가 전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다는 것. 삼겹살에 소주 한병 이상 비우고,담배도 이때 많이 피운다. 그의 음주 경력은 20년, 흡연 경력은 21년이나 된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지만 다행히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고, 동물성 지방 섭취가 적어 비만을 보여주는 체질량지수가 평균을 약간 웃돈다. 현재 혈압은 139/89로 위험지역으로 들어서는 경계영역에 있다.
◇평가=그의 건강연령은 무려 11세가 많은 57세로 나타났다.사망률에 가장 영향을 준 요인은 간경변.같은 또래 남성 위험률에 비해 무려 13.7배나 됐다. 다음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1.9배, 폐암은 0.8배, 간암 0.8배, 뇌혈관성질환 0.8배, 위암 0.2배로 나타났다. 간경변 위험률이 가장 높은 것은 음주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허혈성 심장질환은 현재 혈압과 흡연력.운동부족에 기인한다. 위암 위험률이 높은 것은 구운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
반면 자살.부정맥은 평균과 같았고, 운수 사고가 날 확률은 0.2배, 당뇨는 0.1배로 낮았다. 이는 안전띠를 반드시 맨다거나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적인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설명된다. 다행인 것은 그의 가계가 유전적으로 건강하다는 것. 따라서 현재의 높은 건강연령은 행동수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신교수의 첫번째 주문은 술을 줄이거나 끊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인 운동.금연.혈압조절.구운 음식을 삼가도록 권했다.
◇홍성호(44)씨=생활습관이 건실한 전형적인 중년 남성이다. 그는 오후 10시에 취침에 들어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7시40분엔 어김없이 회사 근처 헬스에서 한시간 동안 운동을 한다. 대체로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8시쯤에는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한다. 그는 토속적인 음식을 선호하고, 굽거나 맵고 짠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과일은 매일 반드시 먹는다. 군대 시절을 제외하곤 술과 담배는 거의 입에 대질 않았다.
◇평가=그의 건강연령은 무려 7세나 적은 37세다. 더 이상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건강습관 덕분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폐암에 걸릴 확률은 같은 또래 남성보다 1배 낮다. 훌륭한 식생활.운동.수면 등 규칙적인 습관은 위암 위험률을 0.9배, 당뇨 0.8배, 뇌혈관성질환 0.4배, 간경변을 0.1배 낮추고 있다.이밖에도 그에게선 운수 사고나 자살.약물사용에 의한 사고 등 10대 사망원인에 들어갈 만한 위험요인을 찾을 수 없다. 신교수는 "이렇게 건강습관을 잘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며 "다만 커피는 조금 줄여야 하고, 술을 적당히 마시면 심혈관질환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권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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