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제목: [한겨레] 어젯밤도 잠 설치셨나요?
소제목: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

날짜 :: 2004-07-28
조회수 :: 8610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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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열대야 억지로 잠 청하지 마세요

장마가 물러가고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찜통더위가 전국적으로 계속되면서 더위를 이겨내지 못한 채 숨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밤 기온도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져 잠 못 이루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65살 이상 고령자, 4살 이하 소아, 비만한 사람, 직업상 땀을 많이 흘리기 쉬운 사람, 열사병이나 열탈진에 걸리기 쉬운 사람, 심장질환·고혈압·우울증·순환장애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 등은 특히 무더위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무더위 취약계층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열대야 때 불면증을 겪으면서 건강에 지장을 초래하곤 한다. 고온이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를 흥분시켜 일종의 각성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면을 취하기에 가장 좋은 기온은 18~20도로 이 범위를 벗어나면 인체는 기온 적응을 위해 각성상태가 되어 쉽게 잠을 잘 수 없는 것이다.

열대야 불면증은 일시적이지만 장기간 계속될 경우 피로 증상이 쌓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깊은 잠에 이르지 못해 자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뻐근한 느낌이 남고 낮에는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하는 게 좋다.

■ 잠자기 전=차가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 샤워가 육체적인 긴장감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든 음료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허기가 느껴질 때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좋다. 또 잠을 청하기 위해 마시는 술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하며 각성 성분이 있는 담배 역시 멀리하는 것이 좋다. 수면제에 의존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게 되면 피로를 회복시키는 자연적인 수면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뒤척이지 말고 잠자리에서 벗어나 많은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독서를 하다가 다시 잠이 오면 잠자리에 든다. 잠이 들지 않으면 강제로 잠을 자려고 애쓰지 말고 이런 행동을 반복해도 좋다. 잠을 빨리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잠을 더 못 이루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담배는 자는 데 방해
미지근한 물로 씻거나 가벼운 독서·따뜻한 우유 도움
잠잘때 선풍기는 1~2시간만

■ 선풍기 및 에어컨 사용 요령=실내온도는 항상 26~28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의 에어컨 바람은 냉방병 및 여름 감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에이컨은 1시간 정도만 가동되도록 예약을 해놓고 잠자리에 드는 게 바람직하다. 또 에어컨을 켜놓더라도 바깥 공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약간 열어놓고 자는 것이 좋다. 선풍기는 수면 시작 1~2시간만 몸에서 멀리 떼어 놓고 가동시키는 것이 좋다. 선풍기를 켠 채 잠을 잘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 체온 저하 및 질식사를 예방해야 한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쐴 경우 저체온증에 빠져 생명의 위험을 부르기 때문이다. 기관지 천식을 비롯한 만성폐질환 환자나 어린이, 노약자 등은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운동 및 영양섭취 요령=새벽이나 해가 지고 난 저녁시간을 이용해 20~30분간 자전거 타기, 산책 등의 운동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되나 습도 및 온도가 높을 때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자기 2시간 전에는 지나치게 심한 운동은 삼간다. 잠자기 전 지나치게 집중하는 작업도 피하는 것이 좋다. 무더위에 지쳐 식사를 거르는 일이 없도록 하고, 보양식품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충분히 먹는 것이 영양 섭취에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수분을 지나치게 먹는 것은 식욕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낮잠=점심 식사 후 20~30분 동안의 낮잠은 밤시간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30분 이상의 낮잠은 밤시간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안영진 기자
도움말=안영수 을지의대 을지병원 내과 교수, 이정권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정진 한림대의료원 평촌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