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건강식품의 허와 실

날짜 :: 2004-03-10
전화번호 :: 031)380-3805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내용

어떤 신문은 한 면이 모두 의학상식에 대한 지면이다. 경제적으론 풍족해지지만 환경은 점차 나빠지는데 반해 건강에 대한 욕구는 증대하는 현상의 반영으로 보인다. 정말 건강 상식의 홍수시대이다. 이런 홍수속에서 빠져죽지 않고 살아 남는 법을 배워야할 시대이다.

신문에서 '수도물을 장기간 먹으면 암에 잘 일찍 걸린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갑작스럽게 건강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뭔가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 그래서 정수기를 들여놓을까 법석을 떨다가 이제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아니면 몸이 예전 같지 않고 하루가 다르게 피곤하고 술, 담배는 많이 하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등 제대로 건강 관리를 못하는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이제부터라도 건강관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빠진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무릎을 탁 치면서 '그래 건강식품을 사먹는 걸 어떨까 ? 뭐가 좋을까?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주변에는 이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구에 부응하여 건강식품에 대한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죽염', '효소제', '구연산', '비타민제' '케일즙' '알로에'' 보약'........ 끝없이 이어지는 광고 속에서 고민하다가 결정을 못하고 드디어 병원을 찾아와 자문을 구한다.
"박사님, 무엇을 먹으면 건강에 좋을까요.?"
"체중조절도 할겸 효소제를 먹으면 어떨까요?"
"숙변을 없애기 위해 포도같은 것을 먹으면 어떨까요?"
"구연산을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고 암도 예방한다는데요?"
"간에는 케일즙이 좋다는데요?"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물론 건강식품이나 보약을 찾는 행위가 현대의 모습만은 아니다. 옛날에도 불로장생초를 구하는 황제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과학문명이 발달하지 않아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왜 과학문명이 발달한 요즘에도 현대판 불로장생초를 원하는 것일까 ? 아마 현시대가 무엇인가를 땀흘려 얻으려기 보다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 아니면 모든 것을 돈으로 얻으려는 황금만능의 시대이기 때문일까?

건강조차도 돈으로 사고 싶어하고 더구나 편하게 얻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건강에 좋다는 운동은 때론 돈은 들지만 지속적으로 하려면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건강식품, 보약, 비타민제 복용 등은 비록 돈은 들더라도 별로 힘들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리라. 특히 우리 나라는 얼마 전에 문제가 됐던 동남아 보신관광에서 보듯이 몸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습성도 있다. 뱀, 곰 발바닥, 곰쓸개.... 끝도 없이 열거되는 보신제, 즉 정력에 좋다면 염치고 체면이고 할 것 없이 먹고 보자는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의료계 사람들은 '아마 바퀴발레가 정력에 좋다고 하면 바퀴벌레가 박멸될 걸' 같은 농담을 한다.

물론 만성병으로 시달리거나 암으로 죽어갈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적의 약, 특효약을 찾거나, 어딘가 불편한 데 병원에서는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아 건강식품을 찾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약삭빠른 상혼은 이런 심정 틈으로 재빠르게 파고 들어와 누구든 한번쯤은 건강식품에 대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이런 건강식품이나 보신식품으로 건강이 얻어지거나 질병이 치유되는 것일까 ?
한 사례를 보자 .

필자가 주치의 시절 심한 황달을 동반한 간염환자가 입원하였다. 여러 검사를 하였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였다. 보통의 간염치고 황달이 너무 심하여 담도가 막히지 않았나 검사하여도 정상이었다. 그러던 중 병력을 자세히 물어보니 정력에 좋다고 남성호르몬제를 상습 복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이 남성호르몬은 담도 정체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다. 이외에도 생 뱀을 먹어 기생충에 감염된 사례도 흔하다. 건강을 얻고자하는 행위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대개의 건강식품은 현재 과학적으로 효능이 인정되지 않았다. 의사가 질병치료에 있어 어떤 치료약을 선택하는 것은, 과거 무수한 실험을 거쳐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치료약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즉 어떤 약물의 부작용과 효능이 인정되려면 먼저 동물 실험을 통하여 안전성이 입증된 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각종 건강식품들은 아직 이런 실험을 제대로 한 것이 없다. 따라서 실험을 통하여 확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복용하는 행위는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기 위해 자신의 인체를 모르모토같은 실험동물로 바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물론 효능이 있을 수 있지만 밝혀져 있지 않고, 따라서 밝혀지지 않은 해독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해독이 없는 식품이라하더라도 건강식품을 먹는다는 것은 2가지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하나는 쓸데없는 경제적 부담이요. 다른 하나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행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술을 많이 마시는 환자에게 '간장에 나쁘니 술을 줄이세요'라고 의사가 권유하면 '그래서 간장약을 먹고 있어요'라는 대답을 종종 듣는다. 간장약을 먹으면서 술을 마신다고 전혀 간장이 보호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간장약을 먹는다는 안도감으로 오히려 술을 맘놓고 마시는 것이다.

인체는 매우 복잡하여 한가지 물질이나 식품만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물질도 단독으로 건강에 특효약이거나 만병통치약인 것은 없다. 암을 예방한다는 인삼조차도 연구마다 효능이 있다, 없다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비타민이나 미네날은 미세 영양소로 필요량은 매우 적지만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이러한 미세 영양소의 부족은 생체의 면역계등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질병과 감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 건강에 장애가 올 수도 있다. 생체 기능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일부 비타민은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또한 적절한 칼슘섭취는 골다공증 예방에 중요하다.

현대 식생활패턴은 칼로리 섭취에는 적절할지 모르나 미세 영양소는 부족을 초래하기 쉽다. 즉 음식조리 과정 특히 통조림 가공같은 가공조리과정에서 이러한 영양소의 파괴가 이루어 질 수 있다. 물론 미세영양소는 필요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신선한 야채, 과일, 콩 등 종자씨 등을 어느정도 먹는다면 충분히 필요량의 섭취가 가능하다. 즉 균형잡힌 식사만 한다면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편식이나 가공식품만 선호하는 경우라면 부족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세 영양소가 부족한 식사를 한다고 생각할 경우 비타민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과용할 필요는 없으며 마치 모든 병이 비타민제나 미네랄제 복용으로 해결되고 피로도 비타민만 먹으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칼슘도 많이 섭취하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뼈에 침착하지 않기 때문에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동을 같이 해야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담배는 피우면서 술을 맘껏 마시고, 기름기 많은 음식등 먹고 싶은 것만 포식하고, 먹기 싫은 야채나 과일은 멀리하고 걷기도 싫어하면서 운동은 전혀 안하는 현대인은 건강식품으로 건강해질 수 없다. 그리고 환경오염, 공해, 식수오염 문제를 그대로 두고 자신만이 어떤 불로장생초같은 건강식품으로 건강을 보장받을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건강은 좋은 습관과 땀흘려 운동하고 주변환경을 개선할 때 얻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