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소아약시
소제목: 굴절이상·약시의 가장 적절한 치료시기는 만 6세 이전

날짜 :: 2004-03-09
전화번호 :: 031) 380-3835
출처 :: 안과 이주연 교수

내용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김재경(남, 8세) 군과 어머니가 안과 외래를 방문하였다. 지금까지 시력이 나쁘다고 의심할 만한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아들이 학교에 입학하여 신체검사에서 시력을 재보니 오른쪽 눈 시력이 0.2밖에 되지 않았다며 어머니는 근심 반 의아심 반으로 소아안과를 찾은 것이다.

눈을 다친 경우를 제외하고 학령기 이전 유·소아의 시력이 나쁜 원인은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선천성 백내장, 녹내장, 망막증 등으로 인한 눈 조직의 기질적인 질환이다. 둘째는 원시, 난시, 근시와 같은 굴절이상이다. 첫번째인 눈의 선천적인 질환은 그 종류에 따라 다양한 정도의 시력 저하를 초래하거나 실명에 이른다. 이로 인한 시력 저하는 안경에 의한 굴절력 보정으로 좋아질 수 없다. 이를 '저시력'이라고 한다. 이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우리 아이가 시력이 나쁘다고 말할 때는 두번째 경우인 안경착용이 필요한 굴절이상을 말한다.

정상 신생아의 시력은 0.1도 되지 않는 매우 나쁜 상태이나 점차 발달하여 만 6세 정도까지 1.0이상의 시력을 갖게 된다. 유·소아기에 중등도 이상의 굴절이상을 안경으로 보정해 주지 않으면 정상적인 시력발달이 지연되어 뒤늦게 안경을 써도 1.0에 도달하지 못하는 약시가 되기 쉽다. 굴절이상과 약시가 발견되어 안경착용을 하였을 때 그 동안 지연되었던 시력발달이 다시 이루어져 1.0에 이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치료시기는 만 6세 이전까지이다. 그 이후의 치료효과가 있는가 없는가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 일반적으로 만 9-10세까지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이 중요하지만 유·소아의 특성상 시력이 나쁜 것을 부모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양 안이 모두 나쁜 경우는 아이가 눈을 찡그리거나 자주 깜빡이고 TV에 가까이 다가앉거나 고개를 돌려서 보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쪽 눈만 나쁘다면 아이는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것을 전혀 표현하지 않고 잘 보이는 눈으로만 보게 되므로 더더욱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심하여 안경착용만으로는 효과가 없는 경우 시력이 좋은 눈을 가려주는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시력이 좋은 눈은 안대를 해서 가려주고 시력이 나쁜 눈은 교정용 안경을 착용하여 사용하게 함으로써 발달을 촉진시킨다. 이렇게 3개월 가량 지속적인 교정치료를 하면 교정시력이 정상 시력에 도달할 수 있다. 또한 어른과 달리 유·소아는 양쪽 눈 시력 차이가 나는 안경을 착용하여도 무난히 적응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잘 착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른 이상이 없이 굴절이상만 있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짐작하여 병원에 데려오기가 어려운 반면, 조기 치료는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이므로 소아안과학회에서는 모든 소아에 만 4세 때의 안과검진을 권장하고 있다.

김 군은 굴절력 검사 결과 왼쪽 눈은 경도의 난시이나 오른쪽 눈에 중등도 이상의 원시와 난시가 있었다. 김 군은 만 7세 8개월로 주치의로부터 아직 가능성은 있지만 치료효과가 늦거나 불확실하다라는 설명을 듣고 안경착용과 함께 왼쪽 눈을 가리라는 처방을 받았다. 김 군과 같은 경우는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늦게 발견되기 쉬운 경우로 만 4세 때 검사를 하여 안경착용을 하였다면 좋은 눈을 가리는 등의 어려움 없이도 양 안의 시력이 1.0에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눈의 굴절이상은 발이 크고 작고 예쁘고 못생긴 것과 같이 눈 자체의 타고난 모양과 관련된다. 발 크기에 맞는 신발을 착용해야 발이 편안하듯이 눈에 맞는 안경을 착용해야 눈이 편하고 건강해진다. '내 자식이 너무 어린데 안경을 낀다면 가엾다', '눈을 가리는 것이 너무 힘들다'라는 생각에 망설이다가 아이의 눈이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안경착용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리는 것이 어떤 영양제보다도 내 아이의 시력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