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등교거부증
소제목: 분리불안장애, 주의렵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이어져

날짜 :: 2004-03-09
전화번호 :: 031) 380 - 3750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내용

매년 3월이 되면 유치원을 다니던 미취학 아동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구조적인 상황에 적응해야 하며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며칠이 지나면 이러한 걱정과 불안을 극복하지만 소수의 아이들은 이러한 부적응이 지속되어 학교를 보내기 위한 엄마와의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한 두번쯤은 부모님에게 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갖거나 지속적으로 학교가기를 싫어한다면 이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를 다니는 중에 약 5%의 아이들은 학교가기를 한번쯤은 거부한다. 학교거부는 5∼7세, 11∼14세 사이에 흔한데 이때가 바로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입학하여 아이들이 많은 변화를 겪게되는 시기이다.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중에는 분리불안장애가 있거나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 등으로 인한 부적응으로 인한 경우가 있다. 그 외에도 숙제나 시험에 대한 지나친 중압감으로 인해 학교를 거부하는 경우, 혹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해 학교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은 학교 가는 길에 두려운 것이나 두려운 사람이 있어서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단순한 이유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분리불안장애
마치 학교가 싫거나 무서워서 가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을 떠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혹은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태를 '분리불안장애'라고 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많은 아동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유치원, 어린이집, 놀이방 등을 다니기 때문에 학교 입학 전에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초등학생의 3∼4%, 중학생의 1% 정도(증세가 심한 아동의 경우이며, 경미한 경우는 더 많다)에서 분리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분리불안은 정상적인 인간의 발달에서 누구나 겪는 것이고, 학교를 가지 않는 것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동반하지 않는 정도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 어린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학교거부증을 겪는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대신 복통, 두통, 설사, 어지러움, 토할 것 같은 느낌 등과 같은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증상들의 특징은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서나 휴일에는 상당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혼자서 불끄고 잠자기를 자꾸 꺼리거나 악몽(주로 헤어지는 내용)을 자주 꾸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최소 4주 이상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어야 한다.

치료를 통해서 아이와 친해진 다음에 무엇이 불안한지 물어보면 부모와 떨어져 있는 사이에 자신이나 부모에게 나쁜 사고가 생길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의 아동에게는 어머니 자신도 아이가 자기 곁을 떠나는 것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가 불안을 경험하면 다시 아이에게 전달되어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아이는 물론 어머니에게도 치료적 도움을 주어 안정을 시켜야 한다.

학교거부증은 일종의 소아정신과적 응급상태이다. 가능하면 빨리 학교로 보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아정신과 의사, 부모, 학교 친구들, 담임선생님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신체증상에 대해서는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의 불안을 줄이고 감정이나 생각을 안심하고 표출시킬 수 있도록 놀이치료와 필요하면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치료 사례>
작년 이맘때 소영이(여, 8세)는 정상적으로 유치원 과정을 마치고 제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어려서부터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겁이 많기는 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잘 자랐다. 잘못하는 일에 대해서도 부모님이 거의 야단을 치지 않고 받아주어서 인지 다소 버릇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입학 후 며칠을 다니더니 배가 아프다면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에 놀란 어머니가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찰과 검사를 받게 하였지만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며칠 계속 집에 있으면서 배 아프다는 말도 않고 아주 태평하게 노는 모습을 보였다. 마음이 급한 어머니가 학교에 가자고 하니까 다시 배가 아프고 토할 것 같다고 하였다. 자꾸 재촉을 하여도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자 어머니는 답답한 나머지 아이를 때려주게 되었다고 한다. 매를 맞은 후 아이는 오히려 더욱 학교를 못 가겠다고 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소아정신과 외래를 방문하였다. 어머니 손을 잡고 진료실로 들어온 아이는 어머니 곁에 꼭 붙어 있으면서 치료자와 면담을 하였다. 소영이는 학교에 가면 엄마가 어디로 가버리지 않을까, 엄마가 어디를 다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학교 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치료는 가능한 여러 방법을 사용하였다. 우선 아이의 불안을 줄이고 감정이나 생각을 안심하고 표출시킬 수 있도록 놀이치료를 하였다. 놀이치료에서는 아이의 장점에 대해 격려와 칭찬을 해 주는 것이 주가 되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약물치료도 병행하였다. 부모교육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였다. 아이의 문제를 아이도 어쩔 수 없는 어려움으로 이해해야지 감정적으로 다그쳐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주지시켰다. 치료 시작 3일 후부터 어머니와 함께라면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의 말을 따라주어 일주일 동안 어머니와 함께 등하교를 했다. 그후 2주일은 등교 때만 어머니와 함께 갔고 올 때는 친구들과 함께 왔다. 또래 관계에서도 친구들의 반응이나 평에 매우 예민한 특징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어머니는 친구들을 놀러오게 하여 서로 잘 지내라고 격려해 주었다. 약 두 달 치료 후 혼자 학교에 잘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이 질환은 학령기 아동의 2∼8%까지 이환 되어 있다고 보고되는 소아기의 가장 흔한 질환이다. 이 질환은 또래 아동들에 비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쉽게 산만해지며 행동이 부산스럽고 충동적인 특징을 가진다.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동이 학교에 취학하게 되면 가장 흔하게 겪는 어려움은 40분이 넘는 수업시간 동안에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으로 자유시간이나 활동량이 많은 학습 위주의 유치원과는 크게 달라 초등학교의 학습시간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된다.

이러한 아동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허락 없이 교실을 마구 돌아다니거나 자기 자리에 앉아 있더라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순서가 아닌데도 아무 때나 이야기를 하고 주변 다른 학생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행동으로 인하여 학습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또한 알림장을 써 오지 않고 숙제나 준비물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며, 수업시간에 주의력의 문제로 집중을 하지 않고 딴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학습에 현저한 지장을 받아 학습 부적응이 초래된다. 또한 충동적이며 산만한 행동의 문제로 인하여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부정적인 지적을 많이 받게 되고 또래 급우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행동장애, 정서장애, 부정적인 자아상, 낮은 자존감 등 2, 3차적인 문제로 연결이 되며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증, 불안증, 약물중독 등의 정신과적인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의 치료는 약물치료, 행동치료, 부모교육, 환경치료, 사회기술 훈련 등 다양한 치료를 같이 시행하였을 때 가장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질환은 미취학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보이게 되는 가장 흔한 부적응의 원인이 되며 반드시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