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거식증과 대식증

날짜 :: 2004-03-09
전화번호 :: 031)380-3750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내용

<거식증>
사례 : 스물 두 살의 젊은 여성은 매번 식사를 거부하고 조금이라도 식사를 하고 나서는 바로 손을 입에 집어넣어 토해내 부모님에 이끌리어 외래를 방문하였다. 그녀는 행사장 도우미로 일하고 있었고, 키 170cm, 몸무게 46kg로 마른 체격이었다. 그녀의 표준 체중은 63kg였지만, 그녀는 42kg까지는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4개월째 생리가 없었고 어지럼증, 전신무력감 등 영양결핍의 증상들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루에 한끼 정도만 매우 소량의 식사를 하였고, 그나마 이따금씩 과도하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면 입에다 손을 넣고 토하곤 하였기 때문에 손등에는 치아에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그녀는 토하지 않으면 체중이 불어날 것 같아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토하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지 않을 때에는 약을 먹어서 일부로 설사를 유발한다고 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저체중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조금 더 체중을 줄여야 보기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위 사례는 거식증에 걸린 젊은 여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거식증은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중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식증과 함께 식사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여성들, 그리고 최근에는 많은 남성들까지 마른 체격을 강하게 원하고 있으며 뚱뚱해 지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거식증 환자들은 실제로 자신의 체중이 얼마인지에 무관하게 스스로 뚱뚱하다고 느끼고 있다. 거식증 환자들은 흔히 자신이 저체중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며 몸무게가 아주 적게 나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뚱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거의 사망 직전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살을 빼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거식증 환자들 중 일부는 실제로 저체중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음식을 거부하기는 하지만 식욕 자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며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강하게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다른 사람 몰래 게걸스럽게 많이 먹기도 하는 폭식을 보이기도 한다. 그 후 일부러 토하거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설사제, 이뇨제 등을 남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만족될 때 거식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첫째, 나이와 키에 비해 최소한의 정상 체중 이상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을 거부한다(기대 체중의 85% 미만). 둘째, 체중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체중 증가와 살찌는 것에 대한 심한 공포가 있다. 셋째, 자신의 체중 또는 몸매에 대한 인지의 왜곡이 있다. 즉, 현재 자신이 심각한 체중 미달 상태임을 부인한다. 넷째, 월경을 하는 여성에서 최소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월경 주기가 없다.

거식증은 흔히 10대 중반이나 20대 초반에 많이 발생하지만 어느 때에도 생길 수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10∼20배나 많다. 왜 거식증이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치 않지만 사회문화적인 요인이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현재 많은 대중 매체들이 경쟁하듯 날씬한, 아니 깡마른 연예인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사회적으로 마치 날씬한 것이 미덕이고 경쟁력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역대 미스 코리아로 뽑힌 여성들의 체형을 살펴보면 평균키는 점점 커 가는 반면 몸무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의 기준이 점점 마른 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문화적으로 왜곡된 미의 기준이 거식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거식증은 모델이나 발레리나 같이 마른 몸이 요구되는 젊은 여성에게 가장 많다.

거식증 환자들은 대개 완벽한 것을 추구한다. 그들은 목표를 높게 잡으며 늘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느낀다. 대개 자신의 요구보다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쓴다. 거식증 환자들은 자신의 삶 가운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음식과 체중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비록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조절(control)하지 못할지라도 그들은 자신의 체중은 조절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체중을 재어봐서 자신이 목표 체중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 확인하곤 한다. 그들은 체중을 줄이고 그것을 확인하면서 조절감과 성취감을 느끼려 한다. 다른 불쾌한 감정들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때때로 칼로리나 체중 감량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보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거식증 환자들은 자신감이 낮고 심지어는 '나는 먹을 가치가 없다'라고 느끼기도 한다. 그들은 대개 자신의 삶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부정하며 배고픔과 식욕을 강하게 부정한다. 치료를 단지 먹게 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도움을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게 되면 도움을 기꺼이 받고자 하며 심리적, 영양적, 그리고 정신과적 치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

<대식증>
대식증은 빨리 다량의 음식을 먹는 폭식과 그 후에 토하거나 설사제를 복용하는 등 불필요한 칼로리를 몸으로부터 제거 위한 행동들을 번갈아서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많이 먹어서 복통과 구역질이 날 때까지 먹고 토하고, 그리고 먹은 것에 대해 후회한다. 먹은 것을 상쇄하기 위해 과도한 운동을 하거나 과도하게 굶거나 또는 이뇨제, 관장, 다이어트 약 등을 복용하기도 한다. 대식증은 일반적으로 거식증 보다 더 흔하게 나타나며 체중은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만족하면 대식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첫째, 일정기간 내에 많은 양을 먹고, 그러는 동안 식욕을 자제하는 감각이 떨어져 있다. 둘째, 체중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토하기, 설사제, 이뇨제, 관장, 굶기, 심한 운동 등 부적절한 보상 행동을 한다. 셋째, 이런 행동들이 최소한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발생한다. 넷째, 자기 평가에 의한 몸매와 체중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다.

대식증 환자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애를 쓰며, 일반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하고 안정감을 느끼기 못할 때가 많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은 숨긴 채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음식이 그들에게 있어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유일한 수단일 때가 많다. 거식증과는 달리 대식증 환자들은 대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스스로 치료를 받으려 하는 경우가 많으며, 거식증보다 치료결과가 좋은 편이다.

<거식증과 대식증의 치료>
거식증 및 대식증의 치료는 대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거식증의 경우 심한 영양결핍으로 인해 입원 후 내과적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왜곡된 신체상에 대한 교정 등을 통해 정상적인 식사와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식사 때마다 자신의 감정 및 행동, 그리고 음식의 종류 및 횟수를 기록한다. 후에 이런 것들을 치료자와 함께 검토하여 왜곡된 생각을 교정하고 자기 조절을 하게 하는 식사일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등 동반된 증상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거식증 및 대식증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 충동을 조절해 주거나 식욕을 조절해 주는 약물들을 일부 사용해 볼 수도 있으나 약물만으로 이런 증상들을 교정 할 수는 없다. 반드시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치료와 병행해야 한다. 거식증 및 대식증은 대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원인이 명확치 않으므로 거식증이나 대식증 등 식사장애를 100%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낮은 자존감, 체형에 대한 불만족, 그리고 다이어트 습관 등 거식증이나 대식증에 취약한 요인들을 미리 발견해 내서 교정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마른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미디어 등 사회문화적 요인들을 바로 잡는 것도 식사장애의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