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젊은 연령층에서 진단된 고혈압환자의 문제

날짜 :: 2004-03-08
전화번호 :: 031) 380-3725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

내용

진료를 하다 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전반의 남성들이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게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대개의 경우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검진결과 혈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전의 검진에서도 혈압이 높다는 소리를 몇 차례 들었던 환자들이 많고 이미 혈압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도 꽤 많다.

실제로 젊은 나이의 연령군에서 고혈압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내의 역학적 자료는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이에 대한 신빙성 있는 외국의 자료도 찾기 어려워 젊은 연령층에서 고혈압 환자가 얼마만큼 늘고 있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제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젊은 환자들이 혈압이 높다며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느는 것만은 사실이다.

의사들은 젊은 나이에 진단된 고혈압 환자들에 대해 보다 더 주의 깊게 접근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첫째, 과연 이 환자가 정말 고혈압 환자인지 그렇다면 혈압강하제를 투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중한 결론을 내려야 하고, 둘째, 이 연령에서 발생한 고혈압은 뒤에서 다룰 '이차성 고혈압'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원인질환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고혈압 진단이 맞는다면 향후 40년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혈압강하제를 복용해야 하는 환자는 50,60십대에 진단을 받은 고혈압 환자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 고혈압이란?
인체가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포 수준에서 대사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몸 구석구석 단 하나의 세포까지 빠짐없이 적절한 에너지원과 산소가 공급되고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노폐물이 제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매개하는 것이 혈액이고 혈액은 심장과 혈관 즉 순환계를 통해 우리 몸을 누비며 앞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최말단의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모세혈관까지 원활하게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적절한 압력이 유지되어야 하며, 이 압력을 혈압이라고 한다.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뿜어내는 압력과 혈관의 저항에 의해 결정되는데 심장이 혈액을 뿜어내는 힘이 세거나 체액량과 말초혈관 저항이 증가하면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심장을 펌프 또는 수도꼭지에 비유하고 혈관을 고무호스에 비유할 때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더 높이 또는 더 멀리 보내기 위해 우리들이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 고혈압의 진단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 고혈압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고혈압의 진단 기준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이다. 수축기 혈압만 높은 경우는 독립된 수축기 고혈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의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측정된 혈압이 실제로 환자의 혈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특히 젊은 환자들 가운데 두통이 심해 전자혈압계가 비치된 곳에서 측정해 본 혈압이 높았다며 외래를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혈압의 상승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울러 두통으로 인해 부수적으로 혈압이 상승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일 이 환자가 고혈압보다는 고질적인 두통이 주된 문제이고 혈압의 상승은 이차적인 현상이라면 두통에 대한 주의 깊은 진단이나 혈압과의 선행관계, 고혈압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이 환자는 자칫 고혈압의 진단을 받게 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두 번 측정한 이완기 혈압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실제로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가능성은 52% 정도에 불과하다. 여덟 번을 반복해서 측정한 평균치로도 민감도와 양성예측률이 73%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혈압의 측정 방법이나 측정 당시의 주변 환경에 의해서도 혈압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검사를 받는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안정 상태에 따라 혈압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혈압의 측정을 위해서는 30분 이상 조용한 대기실에서 편안한 상태로 충분히 안정을 취한 후에 측정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진료예약시간을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와 진료실에 도착하자마자 측정한 혈압을 기준으로 고혈압을 진단하거나 혈압강하제를 처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고혈압의 진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중요한 내용으로 '백의 현상'과 '백의 고혈압'이라는 것이 있다. 평상시 혈압은 정상범위에 있지만 혈압을 측정할 때면 혈압이 상승하여 마치 고혈압이 있는 것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게는 고혈압의 범주에 드는 환자들의 10분의 1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인체의 혈압이라는 것이 하루 중에도 수시로 변화하고 신체내 생리리듬에 따라 오전에는 높고 오후가 되면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나 24시간 혈압측정기의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집에서는 대개 전자혈압계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품질이 검증된 제품이고 수시로 보정을 한다면 비교적 정확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아직까지 혈압을 측정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수은주 혈압계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한 번 정도는 병원을 찾을 때 가지고 있는 전자혈압계를 지참하여 현재 자신이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이 올바른지, 전자혈압계의 측정값이 실제 수은주 혈압계와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고혈압의 발생원인
고혈압의 발생은 유전적인 요소와 후천적인 요인이 모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징적인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젊은 연령에서 고혈압이 발생하는 증후군들이 있기도 하지만 발생빈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그 외에 콩팥이 물주머니 형태로 변하는 유전적 질환인 다낭성 신질환이나 콩팥의 혈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부신의 종양 등과 같이 뚜렷한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이 원인을 제거하면 고혈압을 치료할 수도 있어 소위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흔한 이차성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경구피임약이나 스테로이드 제제의 장기적인 복용 등 약이 관련된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서는 젊은 나이에 진단된 고혈압 환자들 가운데에는 위에 말한 것과 같은 이차성 고혈압의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에 대한 자세한 검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대부분 이러한 검사를 받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한가지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내용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다소 복잡한 원인질환에 의한 고혈압보다는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들이 속하는 소위 '본태성' 또는 '일차성 고혈압'이 젊은 나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지, 그러한 환자들이 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것으로 생각된다. 혈압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상승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유전적 소인에 더하여 비만, 흡연, 스트레스, 과도한 염분 섭취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혈관벽의 탄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더해져 결국 고혈압이 나타나게 된다. 얼마 전 외래를 찾았던 21세의 한 청년은 100Kg을 훌쩍 넘는 체중에 매일 많은 양의 패스트푸드를 섭취하고 있었다. 내원 당시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200mmHg를 넘었고,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시 고혈압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하였다. 이차성 고혈압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상에서는 아무런 이상 결과가 없었으므로 일차성 고혈압으로 진단하였다. 이러한 양상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젊은 연령에서의 고혈압 환자의 일반적인 형태이며 이 환자의 경우 생활습관의 조절과 함께 우선 혈압강하제를 투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 진단된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강하제를 투여할 것인지는 모든 고혈압 환자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더욱이 20,30대의 젊은 환자라면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환자가 스스로 치료에 참여해야 치료의 충분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치료의 이익이란 표현을 사용했듯이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이 혈압 자체를 낮추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이 환자가 고혈압으로 인해 생명이 단축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높으므로 이러한 위험을 낮추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료는 남은 여생 동안 계속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야한다. 이를 위해 환자들은 체중의 조절, 금연, 소금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야채를 통해 칼륨과 무기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의 생활습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단순히 혈압약만을 타다가 복용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젊은 환자들의 경우 앞으로 30,4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혈압강하제를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이러한 치료방법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반복해야 하는 의사들의 심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활습관의 변화는 분명히 혈압의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며, 식단의 개선만으로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보고된 바 있다.

의약분업이 시행된 후로 한 번 재본 혈압이 높다고 해서 임의로 혈압강하제를 복용하곤 하던 환자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아직도 고혈압을 가볍게 여기고 으레 나이가 들면 당연히 찾아오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젊은 연령의 환자들 역시 이러한 생각을 갖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은 우리의 혈관, 심장, 콩팥을 서서히 파괴하는 무서운 질병이며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보다 철저한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