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청소년집단따돌림(왕따)

날짜 :: 2003-09-12
전화번호 :: 031)380-3750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내용

1. 왕따라는 집단따돌림 현상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죠?
그렇습니다. 처음 왕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역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별 희한한 은어도 만들어 내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점차 그 심각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2. 이 문제로 피해학생들이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나요? 피해자는 어떤 학생들인가요?
보통 병원에 올 정도면, 그것도 이전보다 개념이 많이 좋아졌지만 정신과를 방문할 정도라면 일단 심각하다고 봐도 틀림없습니다. 실제로 많이 오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피해학생들의 특성을 크게 몇 가지로 나누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 자신감이 없거나 우울한 청소년 : 말수가 적고 건강한 경쟁을 잘 못하는 경우
  2) 지능이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청소년
  3) 부모자신의 문제, 부모간 문제, 또는 부모-자녀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 이 시기 아이들의 자신감은 부모로부터 오는 것이 많습니다.
  4) 너무 순진한 나머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경우
  5) 다른 사람이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잘난 체하는 청소년 : 아이 자신의 성격 문제

3. 이런 현상이 최근에 생긴 것 같은데요?
동물 사이에서 생존경쟁 때문에 형제나 동료를 해치는 경우는 봤지만 사람들에서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조금 납득이 안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겠지요. 예전에 이지메라는 용어가 한때 있었는데, 일본에서 청소년 사이에서 약자를 한 명 정해서 심하게 괴롭히는 또래들의 집단행동을 말하는데요, 과연 문화수준이나 사회수준이 높아지면서 겪는 현상인지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용어에서도 나오듯, 별로 아름답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언어를 마구 쓰는 청소년들에 대해 신문이나 방송에서 너무 흥미 위주로 보도하다보니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자극을 주고 병적인 화젯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가요?
  1) 아마 사회문화적으로 세분화, 전문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경쟁심리가 더 커진 것은 분명히 이유의 하나가 되겠지요. 쉽게 말해서 '한 녀석 제꼈다'라는 생각도 들 수 있지요.

  2) 둘째로는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표현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내가 따돌리는 아이가 되지 않 으면 따돌림을 받는 아이가 될 지도 모른다'

5. 왕따의 원인
  1) 개인적 요인

(1)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 표현 방법에 어려움을 느낀다
(2) 성격적인 특성으로는 너무 순진하거나(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다) 너무 잘난 체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3) 부모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아이를 너무 조정하려는 부모나 자신의 아이가 특별하다는 믿음이 과한 부모, 아이에게 무관심한 부모 등이 해당된다.

2) 사회적 요인

(1) 사회문화적 분위기 : 경쟁에서 밀리면 바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남들이야 피해를 보든 말든 상관없다. 봐도 못 본체 한다.
(2) 교육환경 : 담임선생님 혼자서 수십 명 아이들의 심리까지 파악하기는 무리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발견하였을 때 후속조치 방법 미비

3) 발달학적 관점에서 본 요인
청소년들의 심리상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심리, 경쟁에서 이겨보고자 하는 심리, 모방심리

6. 피해자에겐 어떤 피해가 있나?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 보기를 무서워하고, 학교 가기를 싫어하며, 여러 신체증상(두통, 복통, 가슴답답함)을 호소한다. 잠을 잘 못 자고, 밥맛을 잃고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성적도 차츰 떨어진다. 걱정 때문에 공부를 하는 것 같아도 정신에너지를 공부에 집중 못하므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는 수도 있다.(청소년기에는 우울증상중 짜증이 많습니다) 아주 심하면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와 정신병적 증상(환청, 헛소리 등)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한 인간을 그것도 이제 한참 자라고 있는 인간을 정신과 신체적으로 손상을 주는 가혹행위이고 비인간적인 행위이다.

7. 대책이 있다면?
우선 이 현상으로 인한 피해자가 얼마나 손상을 심하게 받는지 가해청소년들은 물론, 그 부모 님, 선생님, 그리고 이 사회의 모든 어른들이 알아야 합니다. 주먹이나 흉기로 때려서 몸을 상하 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아마 이런 식으로 확산되면 범죄행위로 간주되어 민사, 형사소 송까지 갈 것입니다. 가해 학생들은 청소년의 경우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므로 최악의 경우 소 년원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주 실제적인 대책을 한 가지 제안하고 싶습니다. 자칫 복잡하고 이론적으로 말하면 귀 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외국에서 잘 되고 있는 제도인데요, 이 문제를 가장 좋은 방향으로 처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주임무로 하는 팀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마 우리 나라에서도 몇 곳에서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교장선생님, 상담선생님 또는 양호선생님, 담임선생님, 그 리고 소아청소년 전문가(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가 좋겠습니다) 등이 한 팀을 이루어 정기적으 로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방법을 서로 알려주면 됩니다. 선생님은 교육의 전문가로, 청소년전문 의는 정신의학의 전문가로 함께 상의해야 합니다.

제 진료시간에 학교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시거나 글을 주셔서 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따돌림 문제에서는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결정적이므로 어떤 식으로 개입하시고, 가해청소년들의 심리는 어떤 것인지, 정말 그들이 무서워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의논해야 합니 다.

도무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감정을 다치신 부모님이 법적인 절차를 밟는 경우도 많습 니다. 물론 그것도 해결방법 중 한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맨 뒤로 생각해야 할 방법입 니다. 저는 제 진료실로 가해학생들을 오도록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필요하다면 한 번 야단치거나 용서하기보다는 기회를 주고 은근하고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는 것이 치료적입니 다. 넓게 보면 그들도 치료의 대상 범주에 넣어야 합니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피해 청소년을 진정 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두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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