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학습장애

날짜 :: 2003-09-12
전화번호 :: 031)380-3750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내용

아이의 공부 때문에 한번쯤 고심해 보지 않은 부모들이 있을까?
아마 부모라면 누구나 공통분모처럼 가지게 되는, 그래서 모두 쉽게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경험이다. 그 고심의 범위와 정도도 다양하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학업 성취도의 격차가 심하여 과연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부터, 성적은 그런대로 나오지만 책상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조금만 더 하면 성적이 많이 오를 것 같은데 하는 공부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까지, 또 이러한 문제로 부모가 좀 잔소리는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에는 큰 문제는 없는 정도부터 아예 부모 자식이 서로 원수 지간처럼 되어 버리는 경우까지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던지 이러한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한가지 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며 자신감 있게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그것도 서로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서…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부를 부모의 기대만큼 못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속 상해하고 아이를 채근하며 값비싼 과외를 시키고 싶은 마음을 한번 접고, 대신 우리 아이가 무슨 문제 때문에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지 정확히 파악을 한 뒤 이에 대한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겠다.

흔히 이 과정에서 학교 선생님들과 소아 청소년 정신과 의사 및 심리학자등의 전문가들의 도움이 문제 파악과 해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뇌 기능의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인하여 발생하는 원인들을 아이들의 문제 유형별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이러한 원인들을 알아보는 것은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첫째로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숙제를 하려고 책상에 앉은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엉덩이가 의자에서 들썩들썩 하며 이것 저것 다른 참견을 하기 시작한다. 주변이 시끄러워 그러는 가 싶어 TV 소리도 줄이고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도 소용이 없다. 멀리서 나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듣고, 혹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벽지의 무늬만을 보고도 엉뚱한 상상을 하며 딴 짓을 하기 일쑤이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은 주의력 결핍/과잉 운동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 장애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불필요한 자극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집중시간을 유지시켜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산만할 뿐 아니라 또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서며 충동적이고 부주의하여 다치기 일쑤이다. 이 장애는 소아 청소년 정신과 질환 중 가장 오랫동안 가장 깊이 연구되어온 질환 중의 하나이며 약물치료에 아주 효과적으로 반응한다. 아이 자신이 이 약물을 복용한 뒤 ‘내가 야단 안 맞고 숙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마술 약’이라고 부를 정도로 극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약물 치료와 더불어 주변의 불필요한 자극을 줄여주는 환경 조절과 아이의 바람직한 행동을 긍정적으로 강화 시키는 행동요법을 같이 병행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아이들 중에는 틱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있다. 틱은 계속 눈을 깜빡 거리거나 코를 씰룩 거리거나 고개를 젖히거나 어깨를 으쓱하는 등의 운동성 틱과 킁킁거리거나 잔기침을 하거나 끅끅거리는 등의 음성틱의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흔히들 매우 남의 신경을 거슬리는 버릇같이 보인다. 이 틱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이와 같이 계속 행동이 많고 많은 경우 주의력 집중/과잉 운동장애와 다음에 이야기 될 강박 신경증을 같이 가지고 있으므로 공부를 하는데 방해를 받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학업에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여 치료하여 주어야 하는 데 때로 동반된 주의력 집중/과잉 운동장애와 강박 신경증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 틱을 악화 시킬 수도 있으므로 좀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 유형의 문제는 아이는 책상에 꾸준히 앉아 있는 것 같은데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다시 몇 가지 타입으로 세분화 하여 원인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아이가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주의 집중이 되지 않고 멍하며 의욕과 효율이 없이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경우이다. 대체로 이런 경우 소아 우울증 혹은 기분부전증을 의심하여 보아야 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일상 생활을 하는 데에도 무기력해 보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으며 매사에 심드렁해 한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너무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고 식욕이 부진하여 식사하는 것도 부모의 애를 먹인다. 자신감이 없어 모든 일을 하는데 주저하거나 빠지게 된다. 최근에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

소아 우울증이나 기분부전증은 우선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 분석과 진단을 내린 뒤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우울증 치료 약물 개발에 많은 발전이 있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약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며 이로 인해 소아 우울증의 약물치료가 훨씬 수월해졌다. 우울증은 약물치료 약 6주후부터 치료 효과가 나타나므로 조금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약물치료에 못지않은, 때로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소아 우울증의 치료는 아이의 놀이치료, 가족치료와 환경조절이다. 놀이치료는 아이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이 사랑을 받는 소중한 개체임을 깨닫게 도와주며 가족치료는 손상되었던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치유하여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아이에 대한 환경적인 지지를 강화하여 아이가 병원이나 가정에서 겪은 긍정적인 경험들을 다른 환경에서도 재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 타입은 아이가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잡념이 들어 방해를 받는 경우이다. 모든 것이 안전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이 자신이 잘 알면서도 끊임없이 드는 여러 가지 걱정, 예를 들면 부엌에 가스 불은 잘 잠겼는지, 현관문은 잘 잠겼는지, 수로꼭지는 새지 않는지 하는 매일 매일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사의 소소한 걱정부터 내가 과연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수능 시험을 못 보면 어떡하나, 과연 내가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장래에 대한 걱정까지, 심지어는 내가 암에 걸린 것은 아닌가, AIDS에 걸렸으면 어떡하나 하는 근거 없는 건강에 대한 염려까지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걱정으로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증상들은 강박 신경증의 증상이다. 강박 신경증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자신에게 파고들거나 강박적으로 셈을 세고 확인하고 씻는 등의 강박행동으로 특징지어 진다. 또한 강박 신경증을 가진 아이들은 이러한 잡념이 없더라도 무엇이든 자신이 완벽하고 만족하게 되었다고 느끼기 전에는 그만둘 수가 없어 주어진 숙제나 나가야 할 진도를 마치는데 다른 아이들의 두, 세배의 시간이 들고 따라서 해야 할 일을 시간 내에 다 못 마치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이러한 강박 신경증은 치료가 잘 되지않는 난치병으로 여겨졌으나 이 질환의 연구 역시 최근에 많은 발전이 있어 좋은 약물치료 방법이 개발되었고 그 치료 성공률도 괄목할 만큼 좋아졌다. 또한 적응증이 되는 환자에서는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을 감소시키는 인지 행동치료를 같이 시행 함으로서 치료 반응을 더 높이기도 한다.

세 번째 타입은 책상에 앉아서 공부도 곧잘 하고 실제로 아는 것도 많은 것 같은데 학교 성적만은 그에 훨씬 못 미치게 나오는 경우이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불안장애, 특히 수행불안이 있지 않나 의심하여 보아야 한다. 이것은 아이가 시험이나 발표 등의 긴장된 상황에서는 극도의 신체적 및 정서적 불안 증상, 즉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손 발에서 땀이 나고 떨리며 숨도 때에 따라 가빠지고 다 알던 것도 기억이 안 나고 당황이 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자신의 수행능력을 저하시켜 자신이 아는 것 만큼 능력을 발휘 할 수 없는 현상을 나타낸다. 항 우울제와 항 불안제의 몇 가지 약물치료가 이 질환의 치료를 위해 쓰이며 불안 증상이 좀더 광범위하게 있는 경우는 놀이치료가 효과적이다. 또한 긴장이 될 때 근육을 편안하게 풀어줌으로써 심한 불안 상태가 오는 것을 방지하여 주는 이완훈련과 같은 여러 가지 기법의 행동치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셋째 유형의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책상에도 진득이 붙어있고 책상에 있는 동안 딴 짓도 하지 않는데 노력한 것 만큼 학습에 성과가 없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세가지 정도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다른 영역은 다 자기 또래 수준에 비슷하게 하는 정도인데 유독 한 두 과목, 예를 들면 읽기나 쓰기, 셈, 운동만을 못하는 경우이다. 이런 아이들은 학습장애를 가졌을 가능성이 많다. 이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유난히 어느 한 두 영역이 자신의 인지 기능에 훨씬 못 미치게 발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그 장애가 있는 과목을 보통 학교의 교습 방법을 통하여 가르치면 학습효과가 매우 떨어지거나 아예 없다. 이런 아이들은 학습 평가를 통하여 문제 영역과 아이가 특히 잘하고 강점을 보이는 영역을 평가하여 이러한 장점을 통한 아이의 개개인에 맞는 개별화된 학습방법을 개발하여 적용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둘째로는 학습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자기 또래의 아이들보다 좀 뒤쳐지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경미한 정신지체를 의심하여 보아야 한다. 물론 다른 아이들과 발달상의 아주 많은 차이를 초반부터 보일 경우는 쉽게 눈에 뜨이겠으나 경미한 정도의 정신지체는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잘 발견이 되지 않은 체 단지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은 인지검사를 통하여 아이의 정확한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고 일단 정신지체가 진단이 되면 아이의 인지 기능과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기타 다른 능력에 알맞은 특수교육을 시행하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지체는 말 그대로 아이의 발달이 늦어지는 것이므로 아이가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교육 방법을 찾아 이를 통하여 아이의 발달을 최대로 촉진시켜 정상 아이들과의 차이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목표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매우 드물지만 아이에게 비정형의 광범위한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이다. 광범위한 발달장애의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심한 형태는 자폐증이다. 그러나 비정형의 발달장애는 이렇게 심한 증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정신지체와 광범위한 발달장애의 차이를 보자면 정신지체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 방향으로 발달을 하나 그 속도가 단지 느린 반면 광범위한 발달장애는 발달의 속도 뿐 아니라 그 방향성도 정상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신지체가 있는 17살 짜리 아이의 행동은 서너 살 먹은 아이의 행동과 비슷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때를 쓴다든지 엄마가 과자를 주면 단순한 심부름을 한다든지 구사하는 단어나 문장이 서너 살 먹은 아이 같은데 광범위한 발달장애가 있는 17살 짜리 아이는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거나 언어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이나 아무도 알아 들을 수 없는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컴퓨터는 자기 나이 수준으로 하는데 운동은 3살 수준으로 하는 등 그 보이는 양상이 정상 아이들 보다 느리기도 하며 동시에 다르다. 이러한 아이들 역시 교육이나 훈련이 가능하므로 아이에게 적절한 특수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세가지 유형 중 한두 가지가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틱 장애와 주의력 집중/과잉 운동장애나 강박 신경증이 같이 동반된 경우, 경도의 정신지체와 주의력 집중/과잉 운동장애가 같이 있는 경우,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같이 수반 된 경우, 정신지체와 광범위한 발달장애가 같이 있는 경우 등이다. 사실상 이러한 경우는 드물지 않다. 치료는 물론 각기 질환이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좀더 까다롭고 어렵지만 역시 해결 방안들이 있으며 치료를 하였을 때 아이의 학업 및 사회 성취도의 결과가 치료하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매우 달라진다..

아이가 공부를 잘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물론 이야기 되지 않은 더 많은 이유들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뇌 기능의 장애로 발생하였으며 이에 대한 치료가 가능한 이유들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았다. 이제 아이들이 공부를 나의 기대만큼 잘 해주지 못할 때 혹시 우리 아이는 앞서 말한 유형 중에 어디에 속하는가 주의 깊게 살펴보자. 이렇게 살펴보는 부모의 마음은 그저 속이 상하고 좌절스럽지 만은 않을 것 같다. 해결 방안을 같이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