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축농증(만성부비동염)

날짜 :: 2003-09-12
전화번호 :: 031)380-3840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내용

축농증은 아마도 인류가 시작한 이래로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괴롭힌 질병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다음의 글에 이러한 축농증을 여러가지의 이야기와 함께 그 증세, 코속의 변화, 치료의 원칙, 수술법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여 보았다.

코와 부비동의 정상적 모습과 역할
우선 코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여러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 제일 중요한 역할은 말할 것도 없이 숨을 쉬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감기에 걸려서 양쪽 코가 다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고(구호흡) 그런 때에는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로지 단하나 구호흡 때문에 머리도 아플 수 있고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두번째의 역할은 외부로부터의 침입자에 대한 야전방어군의 역할이다.

코에는 외부 침입에 대비한 여러가지의 방어 장치가 되어있다. 최전선에 배치된 부대는 코털이다. 코털은 대개의 먼지, 이물 등을 걸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코털을 뚫고 들어온 침입자는 코안에 있는 점액에 잡히게 되고 점액에 붙들린 침입자는 점액섬모운동이라는 독특한 기전에 의하여 콧물, 가래등의 모습을 하여 체외로 배출된다. 특히 점액내에는 여러가지의생화학물질이 있어서 병을 일으킬만한 세균, 바이러스등이 살해된다.

코의 그 외의 역할로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는 미용적으로 중요한 구조물이라는 것과, 목소리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것을 열거할 수 있다. 부비동은 얼굴 뼈 속에 존재하고 있는 일종의 공기주머니이다. 이러한 부비동은 코를 중심으로 네 개가 있는데, 의학적 용어로는 전두동, 상악동, 사골동, 접형동이락 부른다. 부비동은 코속이 점막과 동일한 점막으로 덮여있고, 부비동 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등의 분비물은 아주 작은 출구(부비동 자연공)를 통하여 코 속으로 배출된다. 마치 입구가 아주 작은 호리병과 같은 모습이라고 하겠다. 부비동은 공기를 함유하고 있어서 머리뼈의 무게를 감소시키는 역할도 하며, 음성의 결정에도 관여한다.

만성부비동염에 관련된 증상과 대표적인 질문들
왜 어린이들 특히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어린이들은 어른에 비하여 콧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은 것인가? 그것은 이미 예견하는 바와 같이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침입자의 실질적인 수가 많으므로 어린이들의 코가 그 역할을 매우 왕성하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들어오는 침입자들을 잡아서 배출시키려다 보니 목뒤로 넘겨서 가래로 배출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으면 할 수 없이 코 앞으로 침입자를 배출하게 되어 콧물로서 침입자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경우 또는 매우 강력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이 생기게 되는 경우 침입자에 상관없이 콧물이 왕성하게 만들어진다. 여기에 세균에 의한 염증이 생기면 더욱 악화되어서 누런 고름과 같은 콧물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어린이들은 면역능력이 약한데다가 편도선과 같이 늘 세균을 갖고 있는 기관이 옆에 바로 붙어있으므로 코와 부비동에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어른에 비하여 훨씬 높다고 하겠다.

즉 늘어난 침입자의 양, 거리상 근접한 편도선에서 옮아오는 세균, 강력한 세균에 의한 지속적인 염증과 적절치 못한 치료 등으로 전장에 있는 어린이나 빈곤한 국가의 어린이들은 누런 콧물과 같이 사는 것이다. 우리가 빈곤한 국가였을 시절에는 일부 어른들은 심지어 어린이들의 콧물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성장의 한단계라고까지 생각하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축농증이 있으면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왜일까? 대개의 교육학자들은 공부를 잘하는 것은 정신의 집중력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즉 밤을 새워가면서 장시간 공부하는 것보다는 정신을 집중하여서 단시간동안 학습을 하고, 쉬는 시간을 가진 다음 다시 단시간의 정신집중을 반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 15분 안팎이 정신을 최고도로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람은 대개 코를 통하여 호흡하여야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며 정신의 집중도 최대한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축농증이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축농증의 가장 귀찮은 증상은 코흘림(비루)이다. 수학문제에 몰입하여 해결책을 구하고 있는 중에 책 위에 누런 코가 뚝 떨어진다면 그 황당함때문에 도저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 코막힘(비폐색)때문에 입으로 숨을 쉬어야하므로 정신 집중 자체가 안 될 것이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중에는 콧물이 목구멍 쪽을 향하여 뒤로 넘어가서(후비루) 가래를 자주 뱉거나 기침을 자주 하여야 하므로 선생님과 학우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제대로 학업에 열중하지 못할 것이고, 때로는 축농증때문에 생기는 만성적인 두통이 그를 계속 괴롭히므로 도저히 학업에 대한 의욕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고3이 되면 고3병이 생기는데다가 후비루를 삼키면 위장에 자극을 주게 되므로 위장의 만성적인 염증이 악화되어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되기 쉽다. 이러한 상태로 상당한 시간을 살게 되면 아이는 의욕을 잃고서 원래 총명한 두뇌를 갖고서 태어났어도 그 총명함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도저히 성적이 좋아지지 않게 된다.

그러면 운동에는 축농증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외래에서 환자들과 얘기하여 보면 운동 중에 수영에 대한 질문이 제일 많다. 대표적인 예가 다음의 질문이다. '제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축농증이라고 하셨는데 수영을 계속 시켜야 하는지요?' 수영은 아주 좋은 운동 중의 하나이다. 우선 체중을 물 위에 올려놓고서 하므로 관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전신의 근육을 모두 사용하여야 하므로 수영은 체력의 보강에도 커다란 도움을 주는 운동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수영과 코는 무슨 관계인가? 예감하신대로 물이 문제이다.

오죽하면 '수영장 냄새'라는 말이 있을까? 이 수영장 냄새는 물냄새가 아니고 소독약 냄새인데 소독약으로 대개 염소를 사용하므로 염소의 자극적인 냄새가 수영장냄새인 셈이다. 염소는 실험적인 연구에 의하면 코점막의 점액섬모운동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외국에서 시행한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수영 선수들이 일반인들에 비하여 기관지천식을 더 많이 갖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수영장의 물에 함유된 염소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축농증과 수영장물의 염소와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발표된 것은 없지만 수영장물에 함유된 염소가 코점막의 정상적인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개연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겠다. 즉 만일 축농증이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 수영하면서 염소를 코 속으로 충분히 들이마시면 그의 축농증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축농증은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의 중요한 증상들 외에도 여러 가지의 떨쳐버리고픈 증상들을 동반한다. 만성 염증으로 인하여 입안에서 무엇인가 썩는 듯한 냄새를 나게 하거나, 구호흡으로 인하여 숙면을 하지 못하므로 낮에 자주 졸게되어 건실한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쳐서 사회적인 성공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후각신경의 퇴행을 일으켜서 냄새 맡는 기능이 상실되기도 하며, 목소리가 코 먹은 소리로 변하게 되어서 원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축농증을 해결하지 않으면 알레르기에 의한 염증이 낫지를 않게 된다.

축농증의 진단
일반적으로 축농증에 걸린 코속은 많은 양의 누런 분비물로 차 있게 된다. 흡인기를 코속에 넣어서 흡인을 하면 코안으로 열려져있는 각 부비동의 배설구(부비동자연공)가 위치한 지역에서 다량의 농이 배출되면서 흡인되어 나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하여 코속의 점막들은 전반적으로 심하게 부어있고(부종)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아주 심하게 염증이 진행하였거나 체질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경우에는 코속에 물혹(비용)이 자라나서 코속을 온통 막고 있는 경우도 있다.

만성부비동염은 증세와 코속의 모습을 보고 신중하게 생각하여 보면 대개의 경우 진단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현재의 상태가 얼마나 심하고 어떠한 치료를 하는 것이 더 좋을 지에 대하여 살펴보기 위하여서는 방사선학적인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사선학적 검사법에는 일반적 방사선 검사법과 전산화단층촬영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대개의 환자에서 만성적인 부비동염이 의심되면 우선은 일반적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며, 일반적 방사선 검사를 시행한 결과 다소 심한 상태이거나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전산화단층촬영을 시행한다.

축농증의 치료
축농증의 치료에는 약물로 시행하는 약물요법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물은 우선 항생제의 사용이 가장 중요하다. 항생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에 대하여 직접적인 살균 역할을 하므로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대개 항생제의 유효성은 2주를 단위로 판단하므로 2주 간격으로 항생제를 바꾸면서 유효한 항생제를 선택하여 사용하게 된다. 그 외에 코막힘, 콧물, 약간의 통증(예를 들면 비성 두통)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약제를 추가할 수 있으나 이러한 제제는 항생제에 대한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어린이의 축농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약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 단지 어린이의 축농증이 선천적인 기형이나 비강내의 비용등과 연관되어 있다면 장기간의 약물치료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수술을 먼저 시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문 상황이므로 대개의 어린이 축농증은 오로지 약물로서 치료될 수 있다 하겠다. 그러나 성인에서는 대개의 축농증이 상당히 장기간 지속된 경우가 많으며, 염증성 물혹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 있고, 아주 조기에는 그저 감기로 생각하여 치료를 하지 않는 수가 많으므로 만성부비동염으로 진단되는 시점에는 수술을 고려하여야 할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수술에 앞서서 약물을 상당기간 투여하여 약물에 대한 반응을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방사선학적 검사에서 각 부비동의 자연공이 약물로는 도저히 열려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수술을 시행하여야 한다. 수술을 꺼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그냥 살아도 축농증으로 인하여 수명이 단축되거나 차후에 암으로 변화하여 생의 마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상기한 바와 같이 생애의 대부분을 불편함과 추함속에서 지내야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생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는 수술을 받는 것이 좋겠다.

만성 부비동염에 대한 코의 수술은 대개의 경우 국소마취의 상태에서 시행하게 된다. 물론 어린이인 경우와 엄청나게 겁이 많은 어른에서는 전신마취 하에서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겁이 많은 어른을 만나기란 아주 힘들다. 따라서 어린이인 경우에는 대개 전신마취를 어른인 경우에는 대개 국소마취를 시행하고 수술을 하게 되며, 국소마취법의 발달로 근래에는 수술 중에 통증을 느끼는 일은 드물다.

축농증 환자에 어떤 수술법을 적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에 상악동 속에 물혹이 있느냐 없느냐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겠다. 얼굴뼈 속에 물혹이 있다면 수술은 입술 밑을 절개하고 시행하는 소위 Caldwell-Luc씨 수술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의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근래에는 시행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극히 최근에는 특별한 기구를 사용하여서 상악동 내의 물혹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근래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부비동내시경수술은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한 수술법으로서, 오로지 콧구멍으로만 수술을 하므로 상당히 각광받고 있다. 이 수술법은 현재 만성부비동염에 우선적으로 선택되고 있는 치료 방법이 되었는데, 그 이유로는 내시경을 사용하여 코속을 자세하게 관찰하면서 수술을 시행하므로 부작용의 위험이 상당히 낮으면서도 세밀한 수술이 가능하여 재발의 가능성도 기존의 수술법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부비동내시경수술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수술 후의 통증이 최소화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만성부비동염의 수술은 수술만을 받았다고 하여서 완전하게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부비동내시경수술의 원리가 일반적인 다른 수술과는 완전히 다른데, 일반적인 수술이 병이 있는 부위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시행하는 것인데 반하여 부비동내시경수술은 고름이 흘러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자연공의 통기와 부비동의 분비물 배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병이 있는 부위가 얼굴이므로 복부에 있는 고름주머니를 제거하는 것과는 전혀 개념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코를 통하여 얼굴뼈 속의 고름이 저절로 배출되도록 수술을 시행하는 만성부비동염에 대한 부비동내시경수술은 수술이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의 수술 후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문적으로는 코속이 새로운 건강한 표피로 덮이는데는 약 6주가

소요되므로 최소한 6주이상은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적극적인 치료는 대개의 경우 적절한 약물치료, 비강과 부비동에 대한 정기적인 세척, 흡인기를 이용한 고름의 제거, 수술부위에 대한 세밀한 재평가를 말한다. 이 기간에 치료받는 것을 게을리하면 후회하기가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