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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기오염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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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과 관련된 의학의 이름을, 로마 시대 의학자 갈렌은 건강의 여신의 이름을 인용하여 하이진(hygiene)이라고 명명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의학이 광범위하게 전래되던 일제시대에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위생학이라고 불렀으나, 언제부터인가 환경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정리하여 부르고 있다.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이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일찍이 알려져 왔으며, 오늘날 '의학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고 있는 히포크라테스는 '공기, 물, 토양에 대하여'라는 저서에서 이들 환경이 인간의 질병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의외로 오늘날의 이 환경의학 영역은 그 오래 전과 별반 차이 없이 아직도 탐구해야 할 문제들을 그대로 갖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1952년 겨울, 런던 주민들은 영국해협을 건너 템즈강을 타고 계속해서 불어오는 차고 습한 바람 때문에 난방을 서두르게 되었다. 당시의 난방연료는 매연을 발생시키는 유연탄이었으며, 겨울철에 런던에서 흔히 경험하는 안개와 바로 이 유연탄으로 인한 매연이 혼합된 농무가 짙게 깔리는 날이 5일간 지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농무가 끝난 뒤, 런던시민들은 끔직스러운 소식에 접하게 되었는데, 그 기간동안 평상시의 사망률을 2.5배나 초과하는 2,851명이 사망하였고, 그 다음 주에도 1,224명이 농무와 관련하여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이 사건은 가정용 난방연료인 유연탄의 연소과정에서 배출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타르, 불소화합물, 카드뮴, 수은 등의 오염물질들이 안개와 기온역전이라는 기상상태와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주민들의 생명에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되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불쾌감은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일이지만, 대기오염이 사망자 수의 증가를 포함하여 구체적인 건강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바로 이 런던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과, 그보다 조금 전인 1948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도노라에서 벌어진 건강피해 사건을 통해서 비로소 명백하게 증명되었다. 그 이후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기환경기준이 제정되었고,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을 강력하게 규제함으로써 과거의 대규모 재난이 일어났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은 정도로 대기오염이 잘 통제되고 있다. 아마도 향후에는 과거에 경험한 것과 같은 대기오염에 의한 대규모 재난의 발생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새로운 문제 거리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그 발생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만성적인 건강 위해성도 밝혀지고 있는, 오존이나 미세먼지와 같은 2차적이거나 확인이 쉽지 않은 대기오염 물질이 그것들이다. 최근의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정해놓은 대기환경기준 이하 농도에서도 이들이 건강에 장기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오존이 보건학 분야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0년전 쇤바인에 의해서이다. 그는 오존은 공기 중에 많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항상 존재하는 정상 공기의 조성 물질로 보았으며, 일반적으로 대도시의 공기, 특히 실내의 거주 공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나 해변이나 삼림 부근 지역에는 다량 존재한다고 기술하였다(실제로 최근의 연구에서 실내의 오존은 대체로 실외보다 농도가 매우 낮으며 그 발생원도 바깥과는 달리, 가전제품 등의 전기기구와 사무용품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오존은 가장 강력한 산화제의 하나로서 적당 농도에서 음용수 및 붕대의 소독제로 사용되는데, 살균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13ppm 정도 고농도의 오존이 필요하나 이는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농도이며, 혹시 소량이라도 새어나오면 강력한 자극성을 띄고, 다량이면 치명적일 수도 있으므로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오존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소독제로 사용해서는 안되며, 사무실이나 학교의 공기를 정화시키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다는 보고가 사실상 정설이다. 결국 오존은 이로운 물질이기보다는 유독한 물질로서, 특히 사람에게는 자극성 기침과 흉통 등을 유발하고, 기도 점막에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유해성이 명백한 물질로 결론지어질 수 있다.
  
  

  또한, 먼지는 다양한 크기, 구성 그리고 발생원을 가지고 있는 대기오염물질로서, 공기역학적 직경으로 구분하면 양봉성 분포를 보이는데 2.5 m 이하의 미세입자와 2.5 m 이상의 조대입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먼지는 대개 석유나 석탄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데, 여러 가지 오염물질들이 흡착되어 다양한 생물학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먼지의 크기로서 직경 10 m 이하의 먼지(미세먼지)가 주요하게 지목되고 있는데, 이는 최소한 이 정도의 크기의 먼지이어야만 하기도와 폐의 가스-교환 부분에 침착하여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환경기준 이하의 먼지농도에서도 건강피해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을 제시하면서, 환경기준을 2.5 m이하의 미세먼지를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먼지가 호흡기계에 침착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먼지의 크기를 들 수 있으며, 먼지의 공기역학적 입경이 5 m 이상일 경우에는 상기도에 주로 침착하고, 그 보다 작은 경우가 주로 폐의 가장자리에 침착하여 폐실질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의 건강영향평가에 기초하여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기준을 설정한 바 있는데, 처음에는 이 기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노출될 때에는 대부분 건강장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기오염에 대해서 특별히 예민한 집단이 존재할 수도 있고, 단일물질이 아닌 다양한 복합물질로서의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노출이 일어나며, 또한 같은 물질에 대해서라도 노출의 경로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측정된 대기오염 수준이 기준에 못 미친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장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앞서 말한 것 같이 설정된 기준보다 낮은 농도로 노출될 때에도 건강한 일반인구에서 건강장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 이러한 새로운 자료에 근거하여 미국, 유럽, 세계보건기구 등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의 기준을 재설정 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대기오염의 건강영향에 대한 주요한 관심은 '대기오염에 의해서 건강피해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에 의한 건강피해의 정도나, 인구 중에서 질환에 걸리는 분율, 각 개인에서의 질환의 심각성 정도, 그리고 공중보건학적인 중요성'에 있다. 실제로 이러한 관심은 일반인들과 공공보건기관 뿐만이 아니라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체의 대표들에 의해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공업입국을 천명하고 산업화에 힘써온 196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환경오염에 대한 정책의지 및 정책집행에 있어서 상당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와중에, 최근 들어 민간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환경단체들의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제기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일반 국민과 정부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수준이 높아지게 되었으며, 이는 더 나아가서 뒷받침되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지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환경오염 방지만을 명분으로 한 지역단위의 집단 행동들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환경오염의 건강 위해성은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직관적인 느낌에 기초한 것들이 대부분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이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실제의 위해 수준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이를 탓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과 관련된 각종 정보와 지식들이 공유되고, 정부의 정책이 사전에 충분히 공개되어 논의되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풍토부터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