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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황제 다이어트의 허와 실

출처 :: 가정의학과 송홍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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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야 한다"는 말이 연상시키는 단어들은 '노력', '고통', '인내', '절제' 등 생각만 해도 힘이 드는 것들이다. 이에 반해서 '황제 다이어트'는 뭔가 풍요롭고 넉넉하며 화려한 방법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최근 이러한 황제 다이어트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미국의 저명한 교수의 연구 발표가 있었으니 살을 빼야하는 사람에게는 이 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을 수 없다.

■ 황제다이어트 논란
최근 미국 듀크의대의 에릭 웨스트먼 박사는 미국심장학회(AHA)에서 6개월간의 황제 다이어트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저지방 다이어트보다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은 황제 다이어트에서 피할 수 없는 고지방 식단이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심장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뼈가 약해지고 신장에 결석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추천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샬리니 레디 박사는 건강한 21~52세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저탄수화물 고단백질(LCHP: Low-Carbohydrate, High-Protein) 다이어트’를 시행한 결과, 체중이 평균 4kg 줄었으나 소변 속 칼슘량이 증가하고, 신장결석을 억제하는 구연산염의 농도가 크게 줄어서 이러한 고단백질 다이어트는 골다공증과 신장결석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한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황제다이어트는 단기적으로는 체중이 줄 수 있지만 골다공증, 신장결석, 심장병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 황제다이어트란?
이렇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황제 다이어트란 과연 무엇인가? 이는 미국의 애트킨스 박사가 처음 창안하여 '애트킨스 다이어트'라고도 하며 황제의 식사처럼 육류와 생선, 달걀, 치즈와 같은 단백질 식품과 야채를 마음껏 먹으면서 할 수 있다고 하여 황제 다이어트로 더욱 유명하다. 일반인들은 황제 다이어트가 육류를 마음껏 섭취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 주요한 방법은 우리의 주식인 밥 등의 탄수화물의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섭취한 탄수화물은 대부분이 우리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에너지원이 되고, 과도하게 섭취하였을 때 여분의 포도당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살이 찔 수 있다.

황제 다이어트는 생명의 주연료인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게 되면 우리의 몸은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체지방을 분해하게 된다는 이론으로 제안된 방법이다. 20여 년 전 미국에서 이 방법이 처음 소개되자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며 실행에 옮겼고 그 중 일부는 육류 등 단백질 식품을 마음껏 먹고도 단시간에 원하는 체중감량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색 다이어트가 그렇듯이 일반적인 식사와 평소 생활 습관으로 복귀 후에는 더 많은 체중 증가를 경험해야 했다.

■ 황제다이어트의 기전과 효과?
이러한 황제 다이어트의 기전과 효과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따져보기로 하자. 우리 몸은 살아나가기 위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필요로 한다. 만일 삶을 유지하는데 주연료가 되는 탄수화물 섭취를 하루 100g이하로 줄이게 되면, 소변량이 과다하게 증가하게 되어 체내 수분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다이어트 초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며, 육류를 비롯한 다른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여도 체내 수분의 감소로 인하여 체중이 줄게 된다.

하지만 실제 체중 감소에 비하여 체지방의 감소는 두드러지지 않고 결국 체내 대사의 변화로 인하여 피로감이 증가하고, 탈수, 저혈압이 일어나며, 혈액 내에 요산이라는 노폐물이 축적되고, 구취가 나게 된다. 결국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단기적인 체중감량을 이루더라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일시적인 효과는 있다
우주의 섭리라는 것이 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의 주요 칼로리원은 탄수화물이다. 이러한 섭리를 거스르고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단백질로부터 얻으려고 하면 신장 손상, 성인병, 골다공증, 요로 결석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구상의 아무리 좋고 귀한 것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최근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떠오른 비만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많은 이색 다이어트들이 판을 치고 있다.

대부분이 "무슨 다이어트" 하는 식으로 한 가지 음식에 의존하는 원푸드 다이어트인데 황제 다이어트 또한 그 중 하나이다. 유행을 이루는 소비자의 선택은 언제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듯이 이러한 원푸드 다이어트가 단기적으로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기적으로나마 대부분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이러한 원푸드 다이어트들이 결국 진리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그 방법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육식 위주 식단의 부작용
앞서 따져본 황제 다이어트의 효과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근본적인 원칙으로 돌아가서 다시 짚어볼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원인과 결과라는 측면이다. 살이 찌는 원인은 불필요한 열량을 과다하게 섭취하고 충분히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은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주지 않으면 평생 요요 현상은 반복된다. 결국 평생 유지해도 부작용이 없는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절한 운동에 자신을 길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과 젊음,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길이다.

두 번째는 전체적인 건강에 관한 측면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체중만 감소하면 되는 것인가? 세상에는 비만 이 외에 다른 질병은 없는가? 육식 위주의 식단이 주는 부작용과 질병은 나열하기가 숨이 찰 지경이다. 이제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수위에 오른 대부분의 암들이 지나친 육식 경향과 관련이 깊고, 고혈압, 당뇨, 심장혈관질환, 고지혈증 등 여러 가지 만성질환 또한 그렇다.

■ 이상적인 식단은 우리나라의 한식
이런 복잡한 이론은 다 접어놓고라도 20여 년 전부터 황제 다이어트가 탄생하여 유행하고 있는 미국은 최근 비만환자의 비율이 세계 최고이며, 이로 인한 국가적인 의료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요즘 비만 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 암 등 여러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보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적당한 탄수화물과 야채,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우리나라 한식 식단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조금 힘들더라도 전체적인 지방질 섭취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건강과 젊음,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유일한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