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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코피에 대해서

출처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내용

코피라고 하면 코에서 나는 피를 말하는데, 어떤 원인이든, 콧속의 어떤 부위에서 생기든 코 밖으로 피가 나면 그 피를 코피라고 한다. 따라서 코피는 단지 코 외부로 나오는 피를 얘기할 뿐 어떤 원인이나 질병 상태 혹은 현재 신체의 건강 여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코피에 대해서 상식을 넓히려면 코의 내부 구조(해부학적 구조)에 대해서 다소의 지식이 있어야 하므로 간단히 설명한다.

코는 겉으로 보면 그저 구멍이 두 개 뚫어져 있고, 얼굴 전체에 가장 앞으로 돌출되어 튀어나온 기관이지만 구멍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파이프 두 개를 붙여 놓은 것과 같은 간단한 구조는 결코 아니다. 코 속에는 산도 있고, 계곡도 있으며, 계곡에는 물도 흐르고, 커다란 동굴도 있는 등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콧속의 산은 그 모양이 남산처럼 둥그런 것이 아니고 오히려 길게 솟아오른 절벽과 같으며, 그 수도 한 개가 아니고 최소한 세 개가 있는데 이를 상비갑개, 중비갑개, 하비갑개 라고 부르고, 계곡도 각 산들의 계곡이므로 세 개가 있어서 각각 상비도, 중비도, 하비도라고 부른다. 하비갑개와 중비갑개 사이에 위치한 것이 중비도인데 각 비갑개들과 중비도가 어우려져서 마치 그랜드 캐년과 같은 협곡을 이루고 있다. 협곡을 흐르는 물이 콧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콧물은 정상 어른이 하루에 약 1리터를 분비하나 그 대부분을 삼키므로 체내 탈수증을 야기하지는 않고, 콧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코에는 이 밖에 양쪽 콧속을 나누는 벽이 있어서 이를 비중격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경계로 우측 비강(콧속)과 좌측 비강으로 나눌 수 있다. 콧살에는 많은 핏줄이 분포하고 있어서 거울로 자신의 콧구멍을 비추어보면 붉은 색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혈관들이 코피의 원인 부위가 되는데 특히 비중격 앞쪽 부위에는 여러 개의 혈관이 서로 섞여서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혈관망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출혈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고, 실제 코피 발생의 가장 흔한 부위가 바로 이곳이다.

따라서 코피가 날 때에 시행할 수 있는 지혈법으로는 확률적으로 코피의 발생 부위일 가능성이 가장 큰 비중격의 앞쪽 부위를 힘으로 압박하는 방법이라고 하겠다. 코피가 나면 솜 등을 손가락의 마디 하나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서 코피가 나는 쪽 콧속으로 하나를 넣고 콧구멍을 막듯이 코의 양쪽을 손가락으로 약간 강하게 쥐고 약 5분 정도 있으면 막은 솜을 통하여 배어 나오던 코피가 멎은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후 바로 솜을 빼지 않고 약 5분 이상 더 기다린 후 제거하여 솜을 빼는 과정에서 다시 출혈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코피는 방금 얘기한 것과 같이 작은 혈관에서 출혈하는 것이므로 혈관 수축을 위하여 코 위에 얼음 등을 놓아서 혈관이 수축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간접적 지혈법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동상을 입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하여 수건 등으로 얼음을 싼 다음에 코에 올려놓아야 하므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코피가 나는 경우 고개를 뒤로 젖히면 콧구멍으로 코피가 나오지는 않지만 목으로 피가 넘어오는데 이는 콧속이 목과 통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코피를 의심할 수 있다.

또한 코피가 난다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 목에서 피가 나오면서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수도 있으므로 코피가 나는 경우 특히 어린이에서 무조건적으로 고개를 젖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겠다. 오히려 고개를 앞으로 숙여서 코피가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면서 앞서 말한 방법으로 지혈을 유도하는 것이 더 올바른 치료법이 될 것이다.

코피는 단순히 콧속의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하는 것이므로 코피를 이용하여 자신의 질병 유무를 전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출혈성 질환(예를 들면 만성 간질환이나 유전성 혈우병 혹은 백혈병)이 있는 경우, 콧속에 혈관성 종양이 있는 경우(예를 들면 혈관종이나 암) 등에서는 자주 코피가 나고 한번 코피가 나면 간단한 지혈법으로는 코피가 지혈되지 않게 된다. 혈관 관련 질환이 없어도 극히 피곤한 상태, 감기 등의 염증성 비염, 만성 비염, 비중격만곡증 등의 질환에서는 코피가 자주 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서 단순한 코피인지 아닌지를 판별 받는 것이 좋겠다. 어린이에서 코피가 자주 나는 경우에는 대개의 경우 아이들이 자신의 코를 더러운 손가락으로 후비면서 손에 묻은 균이 코로 옮겨져서 발생하는 콧살의 염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연고 등을 면봉으로 콧속에 발라주면서 며칠동안 기다리면 코피 발생이 없어지기도 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말 콧살의 염증 때문인지 아니면 어린이 축농증 등에 의한 이차적 증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한번은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